베를린 3

여긴 마치 다른 세계, Dresden

베를린에서 남동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 드레스덴(Dresden)은 체코와 인접해 있어서 프라하와 묶어서 들르기도 하는 도시이다. 베를린에 있다가 가서인지, 내 눈에는 그저 아담한 옛 도시로만 보였는데(신시가지는 안 보고 구시가지만 봤으니) 알고 보니 독일 동남부 작센주(Sachsen)의 주도였다. 고전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 도시의 구도심은 사실 대부분이 통일 이후 복원된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폭격에 의해 도시는 거의 궤멸되었고 종전 후 동독령으로 들어가면서 일부 복구 작업이 시작되었으나 공산 정권 하에서의 복구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 심지어 드레스덴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고딕 양식의 건물이었던 성소피아 성당(Sop..

걸어서 베를린 속으로

아무리 대도시라고 해도 유럽의 도시들은 그 규모가 작다. 복잡하고 바쁘고 밀도가 높아도 ‘서울’에 비하면 여러모로 작다. 그래서 독일 최대 규모라는 이 도시를 얕잡아본 나는 오늘도 뚜벅이를 자처했다. 마치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병이라도 날 것처럼, 대체 이건 무슨 오기인가? 베를린 중앙역 바로 앞에 있는 공원(Spreebogen Park)을 시작으로 국회의사당(Reichstagsgebaude)을 지나 브란덴부르크 문을 다시 만났다. 여기서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홀로코스트 기념 공원(The Holocaust Memorial - Memorial to the Murdered Jews of Europe)이 있다. 역사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모를 수가 없는 제2차 세계대전과 당시 나치에 의해 자행된 유대인 학살..

Berlin, 이게 꿈은 아니겠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그 도시에 있는 나를 가장 많이 상상해 온 곳이 바로 베를린이었다. 독일의 수도이며 유럽에서 런던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 중세 시대 이후로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제국의 수도였으며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분할된 베를린 또한 동독의 수도(동베를린)로 오랜 역사를 이어 온 도시이다. 나에게는 유럽의 오래된 대도시들이 주는 어떤 비슷한 인상이 있다. 오랜 역사와 사건들이 도시 아래 켜켜이 쌓여 두텁게 현재의 도시를 받쳐주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안정감. 대한민국의 서울은 또 다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대도시라는 건 같지만 서울은 왠지 매번 지나온 역사를 걷어 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강하다. 지난 역사가 부끄럽다는 듯, 티끌 만한 얼룩 한 점이라도 남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