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2

[Epilogue] 3주, 3개국

일단 지르고 보는 성격에 시작은 했는데 정말로 여행기를 다 쓰고 마지막 글을 올리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단지 여행을 못 가는 상황이 너무 길어지니 여행이라는 행위가 고팠고 아쉬운 대로 지난 여행이라도 추억해 보자 했다. 지난 여행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은 오랫동안 자주 해왔던 일이고 엽서로도 만들어 잔뜩 쌓여있으니 이번에는 여행을 다시 꺼내 볼 다른 방법을 고민하다가 드라이브에서 잠자고 있는 그때의 사진을 엮어 글로 남기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처음에 이 여행기를 쓰겠다고 했을 때 친구가 물었다. 그때 그 여행이 기억이 나느냐고.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당연히 그렇다고. 중간에 유실된 기억이야 한둘이겠냐마는 그 해 그 계절만 떠올려도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고 사진 한 장..

과거로 떠나는 랜선 여행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차마 여행을 결심하지 못한 때는 많았지만 지금처럼 여행을 떠날 모든 조건을 갖추고도 자유롭게 여행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그때.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니시는 분들에게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20년 가까이 간헐적으로 유럽여행을 다녔고, 막상 가고 싶어도 떠날 수가 없어진 시기가 되어보니, 이제야 나의 지난 여행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의 여행은 요즘과는 많이 달랐다. - 어쩔 수 없이 나는 옛날 사람.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내 위치를 파악할 수도, 무수히 많은 후기들을 참고하여 취사선택을 할 수도 없었고 길에서 인터넷을 한다는 건 가깝게든 멀게든 미래에나 일어날 일이라고 막연히 상상만 했던 그 때에도 나는 여행을 ..

라떼 여행기 202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