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하고 그 도시에 있는 나를 가장 많이 상상해 온 곳이 바로 베를린이었다. 독일의 수도이며 유럽에서 런던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 중세 시대 이후로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제국의 수도였으며 심지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분할된 베를린 또한 동독의 수도(동베를린)로 오랜 역사를 이어 온 도시이다. 나에게는 유럽의 오래된 대도시들이 주는 어떤 비슷한 인상이 있다. 오랜 역사와 사건들이 도시 아래 켜켜이 쌓여 두텁게 현재의 도시를 받쳐주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안정감. 대한민국의 서울은 또 다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대도시라는 건 같지만 서울은 왠지 매번 지나온 역사를 걷어 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강하다. 지난 역사가 부끄럽다는 듯, 티끌 만한 얼룩 한 점이라도 남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