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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3주, 3개국

일단 지르고 보는 성격에 시작은 했는데 정말로 여행기를 다 쓰고 마지막 글을 올리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단지 여행을 못 가는 상황이 너무 길어지니 여행이라는 행위가 고팠고 아쉬운 대로 지난 여행이라도 추억해 보자 했다. 지난 여행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일은 오랫동안 자주 해왔던 일이고 엽서로도 만들어 잔뜩 쌓여있으니 이번에는 여행을 다시 꺼내 볼 다른 방법을 고민하다가 드라이브에서 잠자고 있는 그때의 사진을 엮어 글로 남기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처음에 이 여행기를 쓰겠다고 했을 때 친구가 물었다. 그때 그 여행이 기억이 나느냐고.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당연히 그렇다고. 중간에 유실된 기억이야 한둘이겠냐마는 그 해 그 계절만 떠올려도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가고 사진 한 장..

일상으로 돌아가기 연습, Frankfurt

마지막 베이스캠프 도시는 프랑크푸르트(Frankfurt)였다. 위치적으로 유럽의 여러 도시의 중간 지점이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큰 국제공항이 위치하고 있어 유럽 여행 in/out을 할 때 종종 머무는 도시이다. 도시 안팎으로 편리한 교통, 비교적 신도시로 조성되어 머물기도 편하고 여러모로 3주간의 유럽 여행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도시로는 제격이다. 교통의 요지이고 대도시이긴 하지만 내 개인적인 기준에 도시 자체에 볼거리가 많지는 않아서 근교 도시에 다녀오는데 더 집중을 하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반나절 정도 주요 관광지가 집중되어 있는 구도심의 광장 근처만 둘러보는 대신 마인강을 아침저녁으로 산책하며 강변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역시 프랑크푸르트 관광지 하면 구도심의 뢰머광장(Romerberg)이다..

독특한/보편적인, 그래서 좋은 Darmstadt/Mainz

다름슈타트(Darmstadt)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제체시온(Secession), 분리파의 유명한 건축가인 요제프 마리아 올브리히(Josef Maria Olbrich)의 작품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올브리히의 작품을 대단히 좋아하거나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유명한 건축물을 굳이 보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올브리히는 오스트리아 빈에 1898년 제체시온 건물을 완공하고 1년 후 헤센 공국의 마지막 대공인 에른스트 루트비히 (Grand Duke Ernst Ludwig)의 초청으로 먼 독일의 작은 도시, 다름슈타트로 활동지를 옮기게 된다. 루트비히 공은 예술가를 위한 거주지를 제공하면서 예술을 육성하고 싶어 했고 그 지도자로 올브리히를 초청했던 것이..

청년같이 푸르른 오래된 도시, Heidelberg

오래된 중세의 도시로 독일(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의 소재지로도 유명한 하이델베르크(Heidelberg)에 다녀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고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미군이 이곳을 점령해 2011년까지 주독 미군의 거점 중 하나였던 탓에 미국 방문자들이 늘면서 주요 관광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 1386년 하이델베르크 대학교가 설립된 이후 독일 학문의 중심지로 현재까지 많은 학생들과 관광객들로 활기찬 도시이다. 중세시대부터 도시를 지키고 있는 성과 대학교라 듣기만 해도 흥미롭지 않은가? 기차역에서 내려서 하이델베르크 성(Das Heidelberger Schloss)을 향해 출발했다. 성이 산 중턱에 있기 때문에 성을 먼저 보고 아래로 내려와서 도시를 둘러보는 게 좋을 거라는 안..

같은 듯 다른 두 도시, Bamberg/Nurnberg

독일의 동쪽 지역을 벗어나서 남쪽으로 내려갈 시간이다. 오늘도 역시 숙소에 짐만 맡겨 두고 근교 도시 밤베르크(Bamberg) 먼저 다녀오자. 밤베르크에 가는 목적은 두 가지였다. 강을 바라보며 사진 찍기와 밤베르크 지역 맥주 마시기. 작은 마을이고 볼 게 많지 않으니 여유로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역에서 얼마 가지 않아 곧 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 풍경이 바뀐다. 그리고 바로 나타난 레그니츠 강(Linker Regnitzarm). 내가 상상하던 딱 그 풍경이다! 좁은 폭을 물이 빠르게 지나가며 부딪히는 소리, 속도감이 시원하다. 다리 중간에 놓인 건물인지 관문인지 헷갈리는 건축물은 과거 시청사로 쓰였다고 한다. 강변에 있는 시청 건물은 몇몇 도시에서 본 적이 있지만 강 위에 있는 시청이라니, 신기하다. 몇..

여긴 마치 다른 세계, Dresden

베를린에서 남동쪽으로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 드레스덴(Dresden)은 체코와 인접해 있어서 프라하와 묶어서 들르기도 하는 도시이다. 베를린에 있다가 가서인지, 내 눈에는 그저 아담한 옛 도시로만 보였는데(신시가지는 안 보고 구시가지만 봤으니) 알고 보니 독일 동남부 작센주(Sachsen)의 주도였다. 고전 건축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 도시의 구도심은 사실 대부분이 통일 이후 복원된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 연합군의 폭격에 의해 도시는 거의 궤멸되었고 종전 후 동독령으로 들어가면서 일부 복구 작업이 시작되었으나 공산 정권 하에서의 복구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 심지어 드레스덴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고딕 양식의 건물이었던 성소피아 성당(S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