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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성을 찾아 떠난 모험

이번 여행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히기 훨씬 전에 막연히 영국, 베를린, 독일을 여행하고 싶다고 주변 사람 몇 명에게만 말해 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친언니가 SNS 어떤 게시물에 나를 태그 했다. 그 게시물은 유럽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 위의 성’들의 사진을 모아 놓은 것이었다. 그 게시물을 보자마자 일단 이름을 검색해 지도에 표시했고 대충 여행의 윤곽이 잡힐 때쯤 이동 동선에서 거리가 가까운 몇 곳을 정해서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찾아갈 수 있으면 정말 좋고 아니면 아쉽지만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은 비운 채로. Schloss Nordkirchen Burg Virschering 앞으로 벌어질 이날의 모든 사건은 이 네 단어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정보도 많지 않았고 심지어 구글 맵(goog..

독일, 여행이 다시 시작된다

내가 사랑하는 고딕 양식의 대성당이 있는 이곳 쾰른(Köln, Cologne)이 독일 일정의 첫 번째 도시이다. 쾰른은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에 모두 인접해 있고 주변 도시들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라 독일의 첫 도시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사실 쾰른에는 제대로 보고 싶고, 또 봐야 할 것이 있다. 쾰른 대성당(Kölner Dom, Cologne Cathedral) 비용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던 280년을 포함하여 공사 착수로부터 완공까지 600여 년이 걸릴 만큼 거대하고 웅장한 이 성당은 스페인의 세비야 대성당과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이 대성당은 압도적인 건축물뿐만 아니라 성당 지하 보물관까지 제대로 봐야 한다. 하여 이번 쾰른에서의 동선은 중앙역 –..

선물같은 휴식, 벨기에의 소도시들

벨기에는 주변 나라들에 비하면 국토가 좁은 편이라서 근교 도시 다녀오기가 정말 편리하다. 그리고 내가 가고 싶은 벨기에의 도시들은 런던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도 아니어서(그 정도 규모의 도시가 없기도 하고) 근교 도시 세 곳을 묶어 하루에 다녀오기로 했다. 오스텐트(Oostende) – 브뤼헤(Brugge) – 헨트(Ghent) 이 세 곳은 브뤼셀(Brussels)에서 서쪽으로 일직선 상에 있는 도시들이다. 벨기에에 다른 매력적인 도시들도 많지만 바다를 보고 싶어 해안 도시 한 곳을 포함했고 거리 자체가 아름다워서 걷기만 해도 좋은 도시들을 가 보고 싶었다. 오로지 도시의 정취를 느끼기 위한 하루, 아침부터 설렌다. 오스텐트(Oostende)는 브뤼셀에서 기차로 1시간 20분 거리, 북해 연안에 위치해 있..

맥주와 와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섬나라 영국을 떠나 유럽 대륙으로 입성했다. 벨기에의 브뤼셀(Brussels)은 jtbc 방송국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이후로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다.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벨기에 맥주도 워낙 맛있어서 언젠가는 현지에서 맥주를 꼭 먹어봐야지, 다짐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규모도 크지 않고 런던과 독일이 워낙 바쁜 일정이라 중간에 쉬어 가는 의미로 이틀 정도 머물기로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과연 쉬는 일정이긴 했나 싶다.) 숙소에 짐만 던져두고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 중 하나라는 (유럽에는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 또 어찌나 많은지) 그랑플라스(Grand Palace)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사방으로 화려한 건물이 둘러싸고 ..

화려한 온천 도시 바스, Bath

런던 일정 중 다녀온 근교 도시 중 한 곳이 옥스포드였고 나머지 한 곳이 오늘 소개할 이곳 바스(Bath)이다. (영어 철자가 왠지 익숙하다면, 그렇다. bathroom의 그 bath가 맞다.) 도시 선정의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는데 인상 깊게 본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자베르 경감(러셀 크로우)이 고뇌하다가 자살을 선택하는 장면의 배경이 바스의 에이번강(River Avon)이라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었다. 영화 전체, 모든 배우가 인상적이긴 했지만 유난히 그 장면이 압도적이었고 오래도록 잔상처럼 남았다. 마침 런던에서 대중교통으로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였고 도시 자체도 반나절이면 충분히 볼 수 있다고 하니 당일 치기 근교 도시로 최적의 조건이었다. 로만 바스(Roman bath)와 제인 오스틴(Jane ..

비 오는 옥스포드, Oxford

비교적 런던 일정을 길게 잡으면서 근교 도시에 다녀오기로 했다. 코츠월즈(Cotswolds)와 옥스포드(Oxford)를 같이 다녀오고 싶었는데 대중교통으로 두 도시를 당일치기로 갔다 오기에는 교통편이 좋지 않았고 투어를 신청했으나 투어 일정이 (비용 또한) 맞춰지지 않아서 몇 번의 퇴짜를 맞고 나니 뭐 이렇게까지 가야하나 싶었다. 과감히 코츠월즈를 포기하고 옥스포드만 다녀오는 것으로 마음을 비웠다. 많은 근교 도시 중에 옥스포드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예전 런던 여행에서 케임브리지(Cambridge)와 옥스포드를 다녀오고 싶었는데 빠듯한 일정으로 옥스포드를 못 갔던 게 내내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해리포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영화의 정취(?)를 느끼고 싶어서 많이 찾는 도시 중의 하나인데 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