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여행기

지난 여행을 추억하기에 앞서

Teresa_CHAE 2021. 1. 8. 13:53

본격적인 여행기 시작에 앞서 옛날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카메라!

소싯적에 여행 좀 다녀봤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급 사양의 카메라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20년 가까이 캐논 카메라를 사용해왔다. 당연히 한 제품을 계속 쓰고 있다는 건 아니고 캐논 제품으로 세 번 째 사용 중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여행이라는 것을 꿈꾸던 시절, 대학의 긴 방학동안 한 달 이상 다녀오는 유럽여행과 함께 DSLR 카메라가 필수 코스라도 되는 양 유행했다. 하지만 고사양의 DSLR 카메라는 무게도 무게지만 가격 때문에 살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렇다고 허접한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유럽여행에 나서기도 창피할 것 같았던 나는 절충안을 찾아냈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와 DSLR의 중간 정도 되는 기능, 무게와 가격을 고루 갖춘 일명 high end급이라고 불렸던 카메라가 그것이다.
 
나의 첫 카메라는 캐논 파워샷 S3 IS 모델로 이 카메라의 최대 단점은 단연코 12배 광학줌이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줌에 집착했는지 모르겠지만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고딕양식 건물(주로 성당)의 찌를 듯한 높은 첨탑에 있는 조각이나 문양을 관찰하기에는(물론 그 외에 다른 것도 많이 관찰했…) 최적의 기능이었다.

이미지 출처 : CC BY-SA 2.5,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456635

거의 15년 전 모델이라 (지금 기준에서) 전원 켤 때 다소 오래 걸린다거나 너무 추울 때, 몇 번 떨어뜨린 후에는 줌을 당길 때 다소 버벅거릴 때가 있다는 걸 제외하면 당시 나에겐 사용하기 충분한 카메라였다. 다만 너무 무거웠다! 500g 정도되는 바디 무게가 잠깐 들어볼 때나 사용 초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무게는 결코 아니었다. 그래도 근육통을 감수하고 이 무거운 첫번째 카메라를 열심히 들고 다닌 덕에 첫번째 유럽여행에서 좋은 사진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이정도 어두운 곳에서는 3초 동안 숨도 쉬지 않고 들고 있어야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마드리드 중앙우체국

 
 
다음 카메라는 첫번째 카메라의 연장선에 있었던 캐논 파워샷 SX10 IS였다. 두번째 카메라를 이 모델로 선택한 것은 다른 회사의 다른 모델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익히기 귀찮았던 것이 사실 가장 큰 이유였다. 캐논 카메라만의 따뜻한 색감이 좋기도 해서 특별히 후보정 없이도 나름 원하는 색감을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나의 카메라는 계속 캐논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카메라는 광학줌이 무려 20배!!! (이때까지도 줌에 상당히 집착했다)

이미지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516839

두번째 유럽여행을 시작으로 8년 정도 사용했으니 이 두번째 카메라가 제일 오래 사용한 카메라가 되겠다. 고마운 녀석!
 

역광도 나름 잘 잡아줌
맑은 날에는 아무렇게나 찍어도 괜찮지

 
 
세번째 카메라는 꽤 오래 사용하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로,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지만 카메라에 대해 본격적으로(전문적으로) 많이 알지는 못하는지라 뭐 미러리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이것저것 고려해서 고른 건 아니었고 단지 이제는 좀 가벼운 카메라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구입하게 되었다.

캐논 EOS M10이라는 모델로 (이전에 쓰던 카메라에 비해) 작고 가볍고 작고 가볍고 가볍고… 여하튼 개인적으로 적당한 화질과 좋아하는 색감을 구현할 수 있는 카메라라서 여전히 특별한 나들이에 함께 하는 녀석이다.

현재 사용 중인 본인 카메라, 주로 단렌즈를 장착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화질은 많이 좋아졌군

 

와이파이를 통해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연동하여 언제든 사진을 옮기고 업로드할 수 있는 시대에 살다보니 예전에 카메라에 넣는 SD카드 메모리가 부족할까 걱정하고 외장하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숙소에서 사진을 옮기던 그때가 정겹게 느껴진다. 카메라뿐만 아니라 외장하드가 잘못되어 사진이 다 날아갈까 노심초사하며 소중히 품고 다녔던 기억. 지금에 와서 보면 참 불편한 일이지만 그게 당연했고 불편한 것인지도 몰랐던 그때.
 
기술과 함께 시대는 계속 세련되고 신속하게 발전해왔고 그 편리함을 어느 누구 못지않게 누리고 있지만 문득 예전 사진을 보며 그때의 여행을 떠올리면 투박하고 좌충우돌했던 그때의 내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2015년 유럽 3개국 여행을 시작으로 지난 여행의 기억을 불러내어 틈틈이 적어 볼 예정이다. 쉼 없이 직업 삼아 세계를 누비는 여행꾼은 아니지만 유럽이라는 곳을 꽤 여러 번 방문했던 경험과 추억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이 폴더를 모두 열어볼 수 있을까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은 여행을 기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그때가 그리울 때마다 조금씩 꺼내 보려 한다. 미화로 왜곡된 기억에 약간의 정보를 가미한 여행기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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